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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회고

2021년이 지났다. 돌아보면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변화를 도모했다.

기존의 나는 무언가를 달성하는 것이 삶의 주요한 단기 목표였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계획이었고,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었다.

2021년은 조금 달랐다. 무언가를 하는 삶 보다는 어떠한 삶을 사는 것,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으로서 살기 위해 고민하고 하루를 보낸 시간이 많아졌다.

2021년을 돌아보자

1,2월 - 하늘에서 일이 비처럼 내려와

연초부터 일이 쏟아졌다. 전담 PM이 없고 인력도 부족하게 배정된 상황이어서, 정신없이 일하는 시기였다. 마감일정 즈음해서 튀어나온 이슈들도 많았다. 계속 사내에서 이렇게 일을 해야 할까, 라는 회의감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3월 - 코틀린, 스프링 공부를 시작.

4년 넘게 nodejs와 express에서 개발을 하다 보니 나 스스로도 많이 고인물이 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 시기 전후로 팀내에서 코틀린과 스프링으로 주문 서버를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1,2월의 바쁜 업무를 끝나고 같이 손을 보태고 싶었다. 그래서 코틀린과 스프링 공부를 시작했다.

이거 하나만 쓰면 웹서버를 완벽하게 만들수 있어, 가 기본적인 스프링의 철학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많이 복잡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하나씩 스프링 공부를 시작했다.

코틀린은 언어가 마음에 들었다. 기존에 자바에서 좋지 않게 느껴졌던 여러가지 경험들(NPE, 싱글톤, lombok 등) 이 언어차원에서 개선되었음을 느꼈다. Intellij와 통합된 개발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좋았다.

4월 - 상경

6개월간의 재택근무를 끝내고 서울로 오랜만에 올라왔다. 재택근무가 계속 가능하기는 하였으나, 이제 슬슬 서울 맛이 보고 싶어져서 올라왔다. 그리고 이 즈음부터 이직을 고민중이어서, 면접을 보러 다녀야 하겠다는 생각도 살짝은 있었다.

그러다가 회사가 대기업에 피인수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선 몇달간 회사에 더 다녀보자는 생각을 했다.

6월 - 팔 부상, 6주간의 휴직

5월 30일에 오른쪽 팔꿈치 안쪽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전치 6주를 진단받았다. 회사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휴직을 했다.

컴퓨터를 할 수 없고 핸드폰도 불편하니 기존의 내 삶과 180도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모든 것이 느려졌다. 밥도 왼손으로 먹고 설거지도 왼손으로 하고 IT와는 멀어졌다. 덕분에 내 삶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으니 생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 대한 생각, 내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기간에 취미를 하나 가졌다. 서울에 사는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을 하다가, 문화생활을 해보자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경복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예술의전당으로, 그동안 즐기지 못했던 예술과 아름다움을 즐기기 시작했다.

몸은 불편했지만 마음은 충만한 시기였다.

7월 - 회사 피인수

회사가 7월 1일부로 카카오의 자회사가 되었다. 회사 이메일이 바뀌고 여러가지 내부에서 필요한 전환작업 등이 진행되었다.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해 회사에 가지던 아쉬움이 피인수로 해소가 될까, 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보았다.

8월 - 토비의 스프링 스터디를 시작

3월 즈음부터 혼자서 스프링 공부를 하다 보니, 스프링을 이용해서 어떻게 개발하면 되는지는 얼추 감이 잡혔다. 하지만 아직 왜 스프링을 써야 하는지, 어떠한 상황에는 어떠한 기능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았다. 이에 대한 고민을 팀내에 토로했고, 토비의 스프링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9월 - 이직을 결심

이직을 결심했다. 회사에 더 남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5년 정도의 시간동안 일하며 생기는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지만, 어느새 하는 일이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예전에 비해서 느끼지 못하는 중이었다. 회사 내에서 팀을 옮겨볼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더 큰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직과정 회고

10월 - 면접면접면접, 그리고 퇴사

생일반차를 받은 날에도 면접을 보러 갔다. 명함을 새로 받은 날에도 면접을 보러 가서 새 명함을 건넸다. 면접과 면접 사이에 시간이 없어 택시를 타고 이동한 적도 있고, 4시간 연속의 마라톤 면접을 본 적도 있다.

2-3주간 면접으로 꽉찬 시간을 보냈지만, 면접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느낌이 들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입사할 회사를 결정했고, 회사와 마지막 출근일을 정했다. 개발자로서 첫 경력을 시작한 회사이다. 5년 동안 재직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크게 남을 것 같다.

11월 - 방콕여행

11월 초부터 해외여행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직 전이 아니면 직장생활 하면서 해외여행을 길게 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출국을 결정했다.

상호국가에 입국시 별도 격리기간을 두지 않는 트레블버블 등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이 국가 중 한 곳인 태국의 방콕에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오고, 여러 문화가 섞여 재미있는 양상을 띄고 있다는 것을 글이나 영상 등을 통해 접해왔던 터라, 방콕에는 한번 즈음 가보고 싶었다.

즐거운 시기였다. 많이 쉬고 많이 걷고 많이 볼 수 있엇다.

12월 - 새로운 곳으로 입사

5주 간의 휴식을 취한 후에, 12/6부터 새 회사에 출근을 시작했다. 그린랩스 라는 회사이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회사이다. 처음 하는 이직, clojure 라는 새로운 언어, 농업이라는 낯선 도메인. 모든 것이 낯선 곳이어서 이 회사를 골랐다. 낯선 곳에 있어야 내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4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아직까지의 느낌은 좋다. 오랜만에 코딩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경력직 이직이라 머지않아 성과를 내야 할 것 같다는 나름의 압박감이 있지만, 그래도 조직 분위기가 좋아서 재밌게 으쌰으쌰 할 수 있을 것 같다.

2022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2021년에 많은 일이 있었다. 기존보다 업무에서 굵직굵직한 무언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대신 내 자신이 많이 변화했음을 느낀다. 일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삶의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큰 도전인 이직에도 성공했다. 오랜만에 해외행 비행기도 탔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바뀌고 성장했음을 느낀다.

2022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작년과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다. 더 많이 보고 경험하며,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

그래도 느슨한 방향성이라도 잡아두고 싶어서, 몇가지의 목표를 세워보았다. 올해는 개발은 후순위로 미뤄두고 싶다.

1. 운전

이제 연차가 쌓이고 월급이 오르니, 어느 정도 삶의 여유가 생겼다고 느낀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운전을 하는 것이다. 먼지 쌓인 면허를 꺼내고, 운전 연수를 받은 후, 가끔씩 핸들을 잡는 삶을 꿈꾼다.

기존에 내 행동반경은 넓게 잡아도 지하철이 다다르는 곳에 한했다. 운전을 하면, 내가 마음만 먹으면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더 넓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2. 이사

삶에서 ‘어디에 사는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재택근무를 하며 집과 근처에서 보내는 비중이 더 늘어나니, 앞으로의 인생에서 내가 사는 곳이 지니는 의미는 더 커질 것이다.

‘집’은 내가 잠자고 밥먹고 삶을 보내는 공간으로서, ‘주변 동네’는 내가 관심사와 취미를 주로 향유하는 공간으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강남구에서 4년 정도의 삶을 보냈다. 재미있는 공간이었지만, 건물이 빽빽한 곳이어서 답답함을 많이 느끼곤 한다.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전세집을 벗어나, 이사를 가고 싶다. ~한 집이면 좋겠다는 나름의 희망이 있다.

  • 머지 않은 곳에 숲 혹은 강이 있는 곳. 나는 자연을 좋아한다.
  • 주차를 할 수 있는 곳. 1번 목표와 연결된다.
  • 주변에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한다. 스레빠 끌고도 갈 수 있는, 정 붙일 수 있는 식당이 있었으면 한다. 지금 집에서 가장 아쉬운 면이다. 강남역은 맛집은 많은데 동네 식당은 없다.

3. 건강

어릴 때는 몰랐다. ‘건강하세요’ 라는 덕담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일을 잘 하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작년 방콕 여행에서 부터, 매일 조금씩 운동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올해에는 건강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겠다.